포르투갈에서 묵었던 6번째 에어비앤비는 리우데무어루 Rio de Mouro라는 동네에 있었다.
어이없게도 신트라에서 6km라는 설명을 미처 못 보고 신트라인줄만 알고 예약을 했던 곳.
그래서 신트라나 다른 관광명소를 가려면 택시를 타고 나가야 하는 고충이 있었지만
그것만 빼면 더할 나위 없이 모든 것이 좋았던 곳이었다. 일단 집이 너무 좋았다.
적당한 크기에 깨끗하고 주방에도 모든 살림 도구가 완비되어 있어서
요리를 해 먹는데 불편함이 없었고 세탁기도 있어서 빨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를 다니다 보면 한두 군데 불만족스러운 사항이 생기고
다 좋으면 호스트가 인색하거나 그랬는데 여긴 호스트도 너무 좋았다.
이런저런 정보도 많이 주고 너그럽고 친절한 아줌마 아저씨 들이었다.
우리가 조금 일찍 도착해서 2시간 일찍 체크인을 해야 했는데
청소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들어오라면서 흔쾌히 우리 짐을 받아주었다.
이 동네에 2주가량 머무르면서 느낀 점은 바람이 참 많이 분다는 것이었다.
여기는 거의 매일 바람이 분다. 심한 날은 태풍급의 바람이 불기도 한다.
시원한 걸 좋아하는 남편은 최고의 집이라 찬사를 보냈지만 솔직히 나는 좀 불편했다.
모자를 쓰고 나가면 모자가 날아가고 빨래를 널어두면 빨래가 날아갔다.
한 번은 샤워타월을 널어두었는데 그게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빨래집게를 4개나 꽂아서 단단히 고정시켰다 생각했는데 날아가 버린 것이다.
타월을 찾으러 간 남편은 동네에서 표지판도 넘어지고 비둘기도 떨어져 죽어있더라고 말했다.
세기말 풍경인 줄 알았다면서. 동네를 두 바퀴나 돌았지만 찾지 못한 우리는 영영 못 찾겠다 싶었다.
난 호스트에게 타월이 날아가버려서 배상을 하겠다고 했더니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이 동네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면서. 그럴 것 같기는 했다.
동네 놀이터를 나가보면 여기저기서 날아온 빨래들이 굴러다녔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호스트랑 타월에 대해서 훈훈한 대화를 나누고 아파트 1층 로비로 내려갔는데
누군가가 타월을 주워서 창틀에 올려놓은 것이다.
나는 호스트에게 타월을 발견했다고 했더니
그게 이 동네 사람들이 빨래나 물건들을 보면 취하는 해결책이라고 했다.
나 혼자만 날아간 타월에 대해서 안달복달이었구나 싶었고
참, 모두에게 편안하고 평화로운 방법이구나 싶었다.
사실 빨래를 널 때마다 나는 심한 고소공포증을 느꼈다.
아파트가 5층이었는데 빨랫줄에 빨래를 너는 것은 꽤 아슬아슬했다.
집안에 빨래건조대가 있었다면 절대로 널지 않았겠지만
건조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빨랫줄을 이용해야만 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건조기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모두들 빨랫줄에 빨래를 난다.
너무 예스러운 풍경이라 좀 당황스러웠지만 햇살 좋겠다
미세먼지 없겠다 굳이 건조기를 살 이유가 없어 보이기는 했다.
게다가 일광소독이 된 뽀송뽀송한 빨래를 만져보니 그 효과는 고소공포증을 뛰어넘고도 남았다.
여기는 햇빛과 바람에 반나절이면 빨래가 거의 다 마른다.
또 신기했던 것은 여기 사람들은 우리랑 다르게 빨래를 다 반대로 넌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티셔츠는 허리춤을 빨래집게로 집고, 바지는 바짓단을 고정시키는 식이었다.
아마도 빨랫줄로 인해 자국이 남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방법이려니 하고 이해했다.
하지만 바람에 날아갈 것이 걱정되었던 나는 차마 그 방법으로는 널지 못했다.
엄청난 바람에도 꿋꿋이 붙어있는 빨래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새삼 빨래집게의 힘이 대단하다 싶기도 했다.
아파트에 살게 되면 나도 이 빨랫줄에 익숙하게 빨래를 널게 될까.
그것이 궁금해진다.
https://youtube.com/shorts/TlrLky7fABo?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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