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코임브라에 와 있습니다. 코임브라는 참 고색창연한 도시입니다. 1290년 리스본에 세워졌던 코임브라 대학을 1537년 주앙 3세가 코임브라로 옮겨왔으니 대부분의 건물이 500년 이상된 것들이죠. 코임브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코임브라대학교인 것은 아마두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자체가 어딜 가든 오래된 건물들 투성인데 그게 또 묘하게 어울리는 나라입니다.
어른들이야 이런 오래된 건물이 아름다운 줄도 알고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이 고마운줄도 알지만 이제 갓 10년 세월을 살고 있는 아들 녀석에게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저 어딜 가나 게임하면 안돼요? 유튜브 보면 안돼요?를 외치며 심심하다고 난리입니다. 포르투에 있을 때 우버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그때 여자기사분이 자기 아들도 게임에 미쳐있고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다는 소릴 한다고 해서 함께 웃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아이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똑같을까요?
이렇게 아름다운 거리를 걷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습니다. 전세계 아이들이 모두 똑같다고 느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난간 비슷한 것만 보면 기어오르려 한다는 것입니다. 아들은 그걸 벽치기라고 하던데 성당 앞 난간을 기어오르던 포르투갈 아이를 나무라던 엄마를 보면서 실소를 감출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너무 노여워마세요. 애들이라 그래요.'라는 눈빛을 보냈답니다.
한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아이는 식당에만 가면 콜라를 마시고 싶어서 안달인데요. 제가 잘 사주지 않지만 가끔 당근이 필요할 때면 한 번씩 시켜줄 때가 있었습니다. 점원이 콜라를 가져다줄 때마다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는 아들을 보면서 점원들은 자기 아이도 똑같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콜라에 환장하는 것 또한 세상 모든 아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인가 봅니다.
제일 웃겼던 것은 서울치킨이라는 음식점에 갔을 때입니다. 코임브라에는 한국식 후라이드치킨을 먹을 수 있는 은혜로운 한식당이 있는데요 후라이드치킨은 물론이고 김밥에 떢볶이, 제육볶음등 한국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코임브라 온 다음날 저녁에 이곳에 들러서 오랜만에 맛보는 치킨맛에 흠뻑 빠져있었습니다. 아들내미 역시 치킨이 너무 맛있었는지 아주 몸을 흔들면서 맛있다는 표현을 하자 그 모습을 보던 옆테이블 독일아저씨가 웃으며 한마디 하셨습니다. "out of control..." 나도 니 심정을 안다는 표정으로 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찌나 웃기던지. 진지하기로 유명한 독일사람들도 어릴 적엔 다 똑같은 모양입니다. 내심 we are the world. 를 느꼈던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https://youtube.com/shorts/xEU8CB5J8AE?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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