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orto Bus Terminal에서 대환장 파티
Guarda는 포르투갈 중부의 소도시다. 우리는 이곳 SEF에서 지문등록을 하기 위해서 Porto에서 버스로 이동했다. 한국에서 Flix Bus앱을 통해 완벽하게 예약을 끝내고 온터라 응근 여유로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멘붕의 시작이었다. 그 시작은 내가 버스승강장 주소를 우버택시에 잘못 입력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bus terminal 로 주소를 찍었어야 하는데 표에 나온 대로 Porto TIC Campanha로 입력을 했더니 우버택시는 우리를 포르토기차역에 내려주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대합실에 앉아 있다가 기차가 오는 것을 보고 놀라서 밖으로 나가보았다. 밖에는 버스가 보이지 않았고 나는 근처에 있던 택시기사에게 물어보았다. 버스터미널은 기차역 맞은편으로 가야 한다는 것 같았다.
우리는 무거운 짐을 끌고 물어물어 겨우 기차역이 아닌 진짜 버스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멘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Porto Bus terminal 에는 세 종류의 버스회사가 있었고 그중에서 우리는 연두색의 Flix Bus를 타야 했는데 나는 Guarda만 보고 다른 버스를 기다렸던 것이다. 티켓을 체크하려고 보니 우리 버스가 아니었다. 우리 버스는 9시 30분 차였는데 그때가 이미 9시 20분. 우리는 미친 듯이 다시 짐을 꺼내 들고 맞는 정류장을 향해서 미친 듯이 질주했다. 겨우 제대로 된 버스를 찾았는데 이번엔 가방하나를 잃어버렸다. 전에 버스에다 실었나 싶어서 남편을 보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가방을 포기하고 버스에 올랐다.
아침부터 남의 나라에서 그렇게 정신을 쏙 빼놓고 보니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느낌이었다. 그날 아침 그렇게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였던 사람들은 그 정류장에서 우리밖에는 없었다. 다들 정류장이 익숙해서였을 수도 있지만 유럽사람들은 웬만해서는 서두르는 법이 없는 듯했다. 승객이나 기사나 모두들 느긋했다. 아무도 우리를 채근하지 않았고 불평하지도 않았다. 우리 때문에 5분 정도 지체가 되었지만 기사는 우리를 탓하지 않았고 승객들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게 유럽스타일인가 싶었고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토록 기를 썼나 싶었다. 솔직히 애를 잃어버리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미친 듯이 정류장을 찾아 질주를 했었다. 9시 30분에 떠나는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기 위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나 자신이 좀 불쌍해졌다. 한평생 쫓기듯 동동거리며 산 인생이여, 이제는 좀 느긋해져 보자꾸나, 이제 넌 유럽에 있어.
https://youtube.com/shorts/vyY4nbmgtLs?feature=share
2. Guarda 사람들은 영어를 하지 않는다
Porto에서 Guarda까지는 3시간 10분 정도가 걸린다. 아침에 그 난리를 치고서 차를 탔더니 내릴 때쯤에는 허기가 져서 뵈는 게 없을 정도였다. 짐도 무겁고 몸도 피곤해서 우리는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밥집을 찾았는데 빵만 파는 카페만 눈에 들어왔다. 결국 우리는 대합실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파는 걸보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한산해 보였는데 안쪽에 사람이 많아서 주인은 정신없이 바빴다. 한참을 기다려서 점심을 먹을 수 있냐고 했는데 포르투갈어로 안된다고 설명하는 듯했다. 왜 안되지? 간단한 영어도 못하는 것에 당황하며 나는 주방에서 나온 음식을 가리키며 저것을 먹고 싶다고 했으나 역시나 안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의사소통에 실패하고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그냥 나왔다. '이게 흔히들 말하는 인종차별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씁쓸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친절하다더니 지방사람들은 그렇지도 않구먼. 배가 고파 죽겠는데 또 빵쪼가리로 배를 채워야 하나 싶어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주인장이 다시 나왔다. 손짓발짓을 하면서 설명하는 걸 유추해 보니 치킨요리는 재료가 떨어졌고 피시(Fish)는 된다는 것 같았다. 우리는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피시로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또 주방장과 머라 머라 하더니 치킨 하나는 된다고 해서 우리는 치킨하나와 피시요리 그리고 포르투갈 맥주 super bock 2병을 시켰다.
그랬다. 그들은 인종차별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영어를 못할 뿐이었다. 영어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포르투갈 말로 설명을 했고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소통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남편은 오히려 그런 모습에서 더 자신감이 생긴다면서 같이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아주 신이 났다. 알고 보니 참으로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고 우리는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다음날에도 우리는 멘붕을 겪었다. 아침 9시 40분까지 SEF를 찾아가야 했는데 전날 구글지도에서 찾아본 바로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안심을 하고 9시쯤 출발을 했다. 하지만 있어야 할 곳에 건물은 없었고 구글지도를 켰지만 웬일인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또 길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이 드신 분들은 그곳이 어딘지도 알지 못했고 학교를 가는 학생을 붙잡고 물었을 때 영어는 꽤 하는 친구였지만 설명이 부족했다. 늦었다고 해서 더 붙들 수가 없어서 얼른 보내고 우리는 근처에 있던 경찰들에게 다시 질문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들도 영어를 못하기는 매한가지였고 그러다가 안쪽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여자경찰이 나와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어서 우리는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길을 찾았지만 이상스럽게 찾기가 어려웠고 예상했던 건물은 전혀 다른 곳이거나 아예 입구가 다른 쪽에 있는 등 우리의 상식선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안내 간판하나가 없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와중에 마지막으로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 역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지만 단 한 마디의 영어도 없는 그 대화를 나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답답했던 한분이 우리를 직접 데려다주셨다. 정말이지 너무나 고마우신 분이었는데 그 역시 별다른 말을 건네지는 않으셨지만 마지막에 환한 미소로 우리를 데려다주시고 쿨하게 떠나셨다.
그래, 영어 따위 못하면 어떤가. 그래도 인간들은 서로 소통을 한다.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서로의 말만 하면서 소통이 안 되는 걸 느낄 바에는 차라리 말이 안 통해도 서로를 도우려는 마음이 충만한 호의가 오히려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된다.
P.S : Guarda에 예약을 한 에어비앤비 호스트분도 연락이 잘 안돼서 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통화를 해보고 알았다. 그분 역시 영어를 못했기 때문에 연락을 두려워하셨다. 영어울렁증은 전 세계인의 공통된 스트레스였음을 다시 한번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SEF : Servico de Estangeiros e Fronteiras (외국인 및 국경 서비스)
*Delegacao do Guarda : 구아르다 (지역의) 대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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