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장에 있는데 아이 학교 선생님이 물었다.
"그런데 왜 포르투갈을 선택했어요?"
음... 이런 경우에는 늘 준비된 모범답안이 있다.
nice weather, good food, good people, safe country...
하지만 그렇게 대답을 하고 나면
보통 '뜬구름 잡는 소리 하네'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곤 한다.
예전에 내가 한국에 놀러왔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바라봤던
바로 그 표정으로 너무 가까이에 있으면 그 진가를 잊어버리기 쉽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국은 매우 발달된 인터넷문화가 있고,
잘살지만 북한 리스크가 있는 나라, 이렇다.
그리고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에서 살던 네가 왜 여길 왔냐 이런 반응이다.
여기는 너네처럼 빠른 인터넷도 없고, 행정서비스도 없고,
택배문화도 없고, 카페에서 가방을 놔두고 화장실을 가도
아무도 안 가져가는 시민의식도 없는데 왜 왔어? 이런 느낌말이다.
마치 대단한 선진 문화를 버리고 고생체험을 하러 왔느냐 이렇게 묻는 느낌이었다.
내 나름으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포르투갈이 어느순간 세계 무대에서 뒤처졌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들 스스로가 이렇게 느끼고 있는지는 몰랐다.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이 크지 않기에 이런 삶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그들도 낡고 멈춰버린 듯한 그들의 삶이 어느 정도는 답답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사실 포르투갈로 이민을 선택하게 된 과정에서 나름의 조사는 했지만
남들에게 내세울 정도의 치밀한 조사는 하지 못했다.
그저 이민업체가 제공하는 정보에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정보들을 조금씩 접한 것이 다였다.
이곳에 아는 지인도 없었고, 포르투갈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었다.
그래도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할 곳인데 더 알아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일부러 안 알아본 것도 있었다.
대부분의 이민 후기들을 보면 처음엔 그 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들이 바뀌었다.
환상이 현실이 되고 여행이 일상이 된 시점부터
새로운 장소도 예전에 살던 장소와 다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지 장소가 아니다.
어디에 있든지 내 마음이 제일 문제인 것이다.
다시 한번 이 나라에 왜 왔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Actually, I didn't know well."이라고 답해야 할 것 같다.
그게 사실이니까.
의도적이었든 아니든, 나는 이 나라를 잘 몰랐다.
하지만, 어디든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서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그런 곳도 없고, 그렇게 말할 수도 없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느낀 것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내눈으로 직접 이 나라를 보고 느끼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
그리고, so far, so good.
https://youtube.com/shorts/ZfTrFv5L6LI?si=dvHBXRKhrp4Tl4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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