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유럽에 내내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리스본에 와서 처음으로
열대야를 경험하며 하나 있는 선풍기에 의지해서 잠을 청하고 있다.
선풍기라도 있는 것은 반가운데, 타임설정기능이 없어서 자다 일어나서
중간에 꺼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혹여라도 과열돼서 불이 날까 봐 아침까지 켜두기가 그렇다.)
리스본의 폭염은 따가운 햇살만 피하면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햇살은 정말로 어마어마하지만 습도가 높지않아서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는 아니다.
그래도 온도가 35도를 넘어가면 그늘에 있어도 덥다.
또한 그렇게 낮에 달궈진 지표면은 밤이 돼도 식지 않기 때문에 열대야가 발생한다.
해만지면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불었는데 그것마저 없어지는 것을 보고
극고온이라는 것을 체감하곤 한다. 월요일부터 날씨 앱에서 극고온 표시가 뜨고 있다.
극고온은 주황색과 황색으로 표시되곤 하는데 35도가 넘어가면 주황색 경고가 발생하는 듯하다.
이럴 때면 밤이나 아침이면 추웠던 포르투가 그리워진다.
우리가 입국한게 한여름은 아니었기 때문에 폭염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때도 곳곳에서 기상이변과 이상고온 소식이 종종 있던 터라
포르투갈에도 그런 이상고온이 생기면 어쩌나 내심 고민을 하면서
가벼운 옷들 위주로 챙겨 왔었다. 그런데 웬걸, 아침저녁으로는 너무 추운 것이었다.
심지어 과루다에 갔을 때는 6월에 경량패딩을 입은 사람을 볼 정도였다.
포르투갈의 집들은 70년대에 지어진 시멘트 집들이 많은데
층고가 높아서 집안에 있으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남유럽 특유의 덧창을 닫아두면 그야말로 한낮에도 한밤중같이 캄캄하다.
또한 기온은 높아도 습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햇볕만 없으면 그렇게 덥지가 않다.
불쾌지수나 한증막더위가 없어서 에어컨 없이도 그런대로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런 풍경들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아무리 실내에만 있다고 해도
기온이 25도가 넘어가면 여기서도 열대야가 생긴다.
이런 날에는 선풍기라도 틀어야 잠을 잘 수가 있다.
낮에 너무 더울 때는 쇼핑몰이나 카페같은데서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다행히도 이런 폭염은 이번주를 고비로 꺾이는 모양새이다.
이곳에 집을 사게 되면 에어컨을 설치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물론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세가 너무 비싸면 많이 트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기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으니 그것에 또 부지런히 적응을 해야 할 듯싶다.
https://youtube.com/shorts/BNZ67jsXIwQ?si=CCzrZ36_gYzEe3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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