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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생활

Hoje, 포르투갈 17. 열쇠의 추억 (Guarda 에어비앤비)

by 호재 유럽 202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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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열쇠를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기억은 30년 전인 것 같다.
그때는 모두가 열쇠를 사용했고, 열쇠가 없으면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열쇠를 지니고 있거나, 누군가 집에 있거나 아니면
문 근처에 열쇠를 숨겨두는 비밀장소가 집집마다 있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커다란 화분밑이라던지, 발닦개 밑, 아니면 창틀 사이 등등)

 

그렇게 오래전 기억 속으로 사라졌던 열쇠를 포르투갈에 와서 다시 만났다.
포르투갈에서도 새로 지은 집들의 상황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에어비앤비나 일반집들의 경우에도 디지털 도어록을 본 적이 없다.
모두들 열쇠를 아직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좀 특이한 스타일의 열쇠는 현관문 열쇠이다

 

이 자물통은 열쇠를 한 세바퀴정도 돌려야 열린다. 나름 보안이 철저한 시스템이다.


기억에도 가물거리는 열쇠를 다시 건네받는 순간 당황스러우면서도 처음엔 그 아날로그 감성이 좋았다. 과루다의 숙소에서 이 열쇠를 처음 받았을 때 문이 안 열려서 호스트에게 전화를 해야 했고 나는 문이 고장 난 것 같다, 호스트는 고장이 아니고 몇 번을 돌려야 한다고 어설픈 영어와 포르투갈어로 실랑이를 하는 사이, 의외로 열쇠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던 아이가 손쉽게 문을 열었다. 우리는 다들 놀라면서 "너 포르투갈 스타일이구나!!"라며 감탄했었다.
확실히 아이들은 아무런 편견 없이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우리는 열쇠를 세 번이나 돌려야 한다고는 생각을 할 수 없었는데 아이는 그냥 열쇠의 작동방식을 따라 하니 저절로 열리게 된 것이다.

아파트의 현관도, 각층의 중간문도 이렇게 열쇠로 열어야 한다.

 

호스트를 직접 만날 필요가 없는 에어비앤비는 이렇게 열쇠보관함을 이용해서 체크인을 한다.

 


집안에 열쇠를 모두 두고 문을 닫아버린 날은 말 그대로 망한 것이다.
그럼 호스트에게 연락을 해서 여분의 열쇠를 받아야 한다.
이번 집에서 그런 일이 생겨서 열쇠를 요청했더니 호스트는 흔쾌히 우버 딜리버리를 이용해서
손쉽게 열쇠를 보내주고 다시 돌려받았다. ( 그 발생비용은 모두 내가 내야 했지만)
나는 왜 포르투갈 집에는 디지털 도어록이 보급되지 않았을까 너무너무 궁금하다.
이 사람들은 아직도 열쇠를 사용하는 이런 환경이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걸까?
디지털 도어록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실, 포르투갈에는 아직도 수동기어를 사용하는 차들이 절반이상이다.
지금에서야 사람들이 조금씩 오토매틱 기어 차를 찾지, 몇 년 전만 해도 아무도 오토매틱 기어를
찾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도 한때 오토매틱은 운전할 맛이 안 난다면서 수동기어만 고집했던 시절이 있긴 했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또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이것이 유럽스타일인 것 같다. 아무리 좋고 편하다고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그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움과 편리함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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