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살림을 정리하면서 우리는 해외이사 말고 이민가방을 선택했다.
일단 해외이사가 너무 비쌌고 꼭 가져가야 할 새 살림도 별로 없었으며,
결정적으로 살집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많던 살림을 이민가방 3개에 선별해서 넣는 작업은 무척 힘들었다.
더군다나 항공사가 제공하는 무료서비스를 이용하려면 23 kg을 넘지 않아야 했지만
최대 허용 32kg에 맞추는 것도 힘들었고 결국 세 개 모두 추가요금을 내고 겨우 보낼 수 있었다.
뭐가 그렇게 많았나 싶지만 세 식구 사계절 옷과 약간의 생활용품, 주방용품, 한국음식재료 등이 전부였다. 하지만 여기서 지내보니 꼭 가져와야 할 것과 여기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것들이 가려졌다. 내 기준에서 꼭 가져올 것과 놓고 와도 되는 것들을 소개해본다.
- 가져오면 좋은 것들
1. (당연히) 한국음식
아무리 여기 음식에 적응하면 된다고 해도 사람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다. 느끼한 음식에 속이 부대낄 때 칼칼한 된장국이나 뜨끈한 미역국이 들어가면 속이 풀리는 기분이 들면서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이런 건 당연히 아시안마트에나 가야 구할 수 있다. 더군다나 친정엄마표 고춧가루 같은 고퀄리티의 재료는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없으니 가능하면 무리해서라도 꼭 담아야 한다. 김치며 무생채 같은 거 안 해 먹으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내다 보면 가장 생각나는 게 그 맛이니 만약을 대비해서 꼭 가져와야 할 재료라고 생각한다.
미역국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는지 여기 와서 새삼 깨달았다. 속이 허할 때마다 밥에 뜨끈한 미역국 한 사발이면 다른 반찬 없이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어주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에게도 소개해주고픈 한국의 훌륭한 음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른미역 저 정도면 1년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양이다.
이건 설명이 필요 없는 만국공통 반찬이다. 사실 이런 조미김은 한국마트 같은데 다 있지만 조금 비싼 게 흠이다. 조미김과 더불어 라면도 싸 오면 든든하다. 물론 짐이 많을 경우는 빼도 된다. 마트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이 아이는 칼칼한 거 당길 때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 계란 후란이를 해서 밥에 비벼 먹어도 되고 오이 사다가 찍어먹어도 되고 심지어 빵에 발라 먹을 수도 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피리피리소스로 매운맛을 내지만 우리만의 매운맛이 당길 땐 이것만 한 대안이 없다. 통에 든 양념장보다 휴대가 간편해서 더 좋다.
2. 조리기구들
에어비앤비에 다니면서 의외로 감자칼을 본 적이 없다. 이 사람들은 감자를 그냥 칼로 껍질을 벗기는 모양인데 이게 없으니까 은근 불편했다.
외국에서는 음식을 가위로 자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식가위가 없다. 특히 집게와 고기 자르는 가위는 거의 볼 수가 없기 때문에 가져오면 유용하다.
- 가져올 필요가 없었던 것들
1. 물티슈
이걸 왜 싸왔나 싶을 정도로 마트에 널린 게 물티슈였다. 역시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마트에는 우리나라에서 팔던 대부분의 것들을 팔고 있으니 물티슈 같은 것을 넣느라 무게를 늘리는 짓은 하지 말자.
2. 선크림 류
화장품 중에서도 선크림을 종류별로 싸왔는데 이것도 괜히 싸왔다 싶었다. 여기가 종류도 더 많고 쓰기에도 좋은 것들이 널려있었다. 화장품도 좋은 것들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많으니 피부가 예민해서 특정제품만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여기서 구입해도 충분하다.
그 밖에도 우비, 여벌 우산, 냄비, 찜기 등 꼭 필요해 보여서 가져왔으나 결국엔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물론 다 사용하면 좋겠지만 짐이 너무 많으면 기동성이 떨어지고 잠시 기러기로 지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선 더군다나 짐을 줄일 수밖에 없다.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물건들은 다시 또 사면되니까 너무 큰 아쉬움은 접어두려고 한다.
다만, 다시는 구할 수 없는 개인적인 물건들은 어떻게든지 간직을 해야 할 것이다. 추억이 담겨있다던가, 아이의 성장 관련 물건 같은 것들. 어쨌거나, 살던 곳을 옮긴다는 것은 이래저래 쉽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https://youtu.be/z2a5ZPcOq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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