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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생활

Hoje, 포르투갈 39. 유럽 사람들은 친절한가?

by 호재 유럽 202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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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행 블로거들이 그 여행지를 소개하고 여행을 가고 싶게끔 하는
콘텐츠를 만드는가 하면, 요즘에는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소개하는 영상들도
종종 보게 된다.


태어난 곳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이 갖게 되는 이국땅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꿈 깨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콘텐츠를 볼 때면 신선하기도 하다.
모두가 좋다고 이야기할 때 안 좋은 점을 말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니까.


나 역시 포르투갈에 오기 전에는 유럽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예의 바를 것이고, 질서와 원칙을 지키며
말과 행동도 여유로울 것 같다는 환상 말이다.

하지만 그 환상은 독일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일차적으로 깨졌다.
항공사직원들의 안내는 대단히 허술하고도 불친절했고,
기내 승무원은 짐을 제대로 못 넣는다고, 또 자리를 제대로 못 찾는다고
우리를 질책을 했다.

 

연착이 되는데도 제대로 된 안내를 해주지 않고 왜 연착이 되는지,

언제쯤 다시 수속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안내도 없었고

승객들을 눈앞에 보고도 이메일로 안내를 하는 게 전부였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까지 느꼈기 때문에

그 항공사를 다시는 이용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그전에는 뭔가 안전하고도 정확할 것 같은 이미지 때문에

꼭 타고 싶었던 항공사였는데 그 모든 환상이 한방에 깨지는 순간이었다.


리스본에는 가끔 이렇게 심한 안개가 끼곤 한다.


포르투갈에서 사람들이 친절하지 않다고 느꼈던 순간은
마트에서 계산을 할 때였다.
계산원들 대부분이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아서 영어는 거의 안 통한다.


간단한 포르투갈말을 하거나 그냥 손짓 발짓을 해야 한다.
여기는 8시에 마트 문을 여는데 아이 학교를 보내놓고 쇼핑을 하면
이렇게 일찍부터 외국인이 쇼핑을 나왔냐는 듯이 대놓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캐셔들이 있다. (대부분 나이 지긋하신 여자분들)
그들 역시 아침 일찍부터 일하기 피곤한 티를 팍팍 내며 에러라도 낼라치면
아주 대놓고 짜증까지 내는 모습도 보았다.

안개가 사진보다 두배는 더 짙었는데 카메라가 열일해서 별로 안짙어보인다.


이민자들이 학을 떼는 곳 중 하나는 바로 은행이다.
나 역시 은행에서 몇 번 황당한 일을 당했기 때문에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지만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

 

번호표를 뽑고 직원들을 바라보면 일단 모두 나의 시선을 피하기 바쁘다.
제발 나한테 오지 말아라 하는 게 느껴져서 웃음이 나오기까지 한다.
영어를 못해서 저러나 싶지만 말해보면 어느 정도 수준의 영어는 다들 한다.

 

그냥 외국인이면 일단 말이 잘 안 통할 거 같고, 불평불만도 많을 것 같아서
피하고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은행일은 같은 포르투갈 사람들도 매우 싫어한다.
갈 때마다 오래 기다려야 하고, 일처리는 느려터지며, 직원들도 불친절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안개낀 오리엔테역


그렇다면 유럽사람들은 다 불친절한 걸까?
나는 질문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럽사람들이 어떻다고 한마디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개중에는 분명 작은 일에도 무척 친절했던 이들도 많았다.
마트에서도 어떤 직원들은 갈 때마다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고
은행 직원들 중에도 직접 나와서 기계사용을 도와주었던 직원도 있었다.

 

그냥 친절한 성향의 사람이 있고, 무뚝뚝한 사람이 있으며,
그날 아침 기분이 좋은 사람이 있고, 삶이 힘들어 죽겠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그러하듯이. 유럽사람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내가 그런 사람을 만난 것 뿐이지 전체가 그러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보고 느끼고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면 그만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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