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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생활

Hoje, 포르투갈 41. 국뽕이 차오를 때, K-Wave 한류

by 호재 유럽 202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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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뽕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쑥스럽기 때문이다. 
저 남자가 내 남자다 말을 못 했던 김정은처럼 뭔가 잘하는 건 알겠지만
인정하기는 낯 뜨거운 심정이랄까. 

 

그런데 어느날 컨티넨탈 냉장고에서 코. 카. 콜. 라라는 한글을 만났을 때,
K-Wave라는 그 예쁜 콜라캔을 보았을 때 나는 살짝 국뽕이 올라오는 걸 느꼈고
이번엔 감추지 않았다. 

 

평소 콜라를 잘 사지 않지만 이번엔 달랐다. 사도 되냐고 묻는 아이에게,
"어 얼른 사. 이건 사야지."라고 대답해 주었다. 
냉장고 가득한 K-Wave 콜라를 보니 신기하고도 반가웠다.

 

여기 리스본에서 아시안은 대부분 중국인이다. 
아이학교 친구들도 아시안은 열에 아홉은 중국인이라서 아이도 중국인으로 오해를 받고,
나 역시 길 가다가 "니하오"라면서 아는 척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한국사람이 별로 없는 것에 대해서 불평을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선택한 곳이니까.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그런데, 아시안은 중국인이 대부분인 이곳 대형마트에서 코카콜라라는 한글을 만나게 되다니.
한자도 아니고, 독일어도 아니고, 그 어떤 나라의 언어도 아닌 한글로 된 제품이 
이역만리 리스본 한가운데서 팔리고 있는 걸 보니 너무 뿌듯했다. 

 

또한 가끔 우버를 탈 때 라디오에서 나오는 BTS, 정국, 피프티피프티 노래를 들으면 기쁘다.
마치, 한국인 것 같은데 이곳이 리스본이라니.
그런데도 이렇게 이질감없이 우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니. 
이건 분명 국뽕을 느끼기 충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 나오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열혈애국자는 아니다. 
그냥 모든 것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싶은 세계인이 되고 싶은 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가끔 이런 이벤트들은 한국인인 것을 내심 자랑스럽게 한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그 속에서 피로감과 환멸만을 보았지만
이제 먼 타국에 있다 보니 그 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장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과를 얻고야 마는 근성, 불편한 것은 고치고 마는 효율성, 
그리고 잘살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 같은 것들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깨달았다. 
냄비근성이라고 비난받기도 하지만 무언가에 뜨겁게 끓어오를 수 있는 열정은 
세상을 바꿀수 있는 원동력이고 변화할 수 있는 동기인 것이다. 


내가 만나본 외국인들도 한국에 대해서 그렇게 느끼기에

그 열정을 인정하는 것이리라. 
예전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세계 속에서 지금의 한국은 
발전되고 살고 싶은 그런 나라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하다. 
 
국뽕을 느낀 김에 나는 한가지 더 유치한 짓을 해본다.
다 먹은 K-Wave콜라 빈캔을 간직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장식으로 쓰기에도 손색없을 정도로 이쁘게 나오기도 했다.
장식장 위에 올려놓고 오래도록 이 국뽕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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