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아이와 함께 독감 같았던? 감기를 심하게 앓고 나니
한식이 먹고 싶었다. 그전엔 몰랐는데 몸이 아프고 체력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먹었던 음식들이 그리워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주로 먹는 채소가 한식하고 달라서 재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것들은 있어서
재료들을 사다가 장장 두 시간에 걸쳐서 반찬들을 만들었다.
포르투갈에는 우리가 먹는 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중국마트에 가면 무가 있을 때도 있는데 그걸 파는 마트를 찾는 게
또 쉽지 않다. 차가 없다면 더욱 어렵다.
그래도 저런 순무는 마트마다 있고 가격도 착해서 무생채를 하기 위해
사 왔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채를 썰어서 소금에 절인 후
새우젓이나 까나리액젓 없이 그냥 고춧가루와 마늘 다진 것, 설탕 조금과 함께
무쳤다. 그런데도 얼추 무생채 맛이 훌륭하게 나서 다행이었다.
시금치는 물론 샐러드용이다. 그래도 시금치가 있는 게 반가웠다.
어렸을 적에는 나물을 싫어했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갑자기 나물이 너무 먹고 싶었다.
고소한 참기름냄새와 담백한 소금간이 땡겼다고나 할까.
저런 시금치 두 봉지를 데치면 두세 끼 먹을 양은 된다.
신기하게도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도 나물로 무쳐주니 곧잘 먹었다.
한식으로 제대로 차려서 저녁을 먹었다.
참 신기한 게 저렇게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
아무리 빵과 양식을 좋아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꼭 먹던 음식을 찾게 되고
결국 몸도 제일 좋아하는 걸 보면 무엇을 먹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시금치 나물을 한 김에 김밥도 말아서 먹었다.
냉동 홍합탕도 끓여봤는데 나름 먹을만했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김밥을 먹는 저녁은 늘 과식이다.
하지만 모처럼 먹는 한식이 이곳에서는 대단한 호사처럼 느껴졌다.
음식을 만든 나 자신과 맛있게 먹어준 아이에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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